2013년 1월 26일 토요일

필객의 붓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갑자기 흐름이 끊긴 것처럼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창가에 앉아 온 동네를 밝고 따스하게 품어주고 있는, 눈이 부시도록 맑은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잠시만 기도를 멈추고 생각을 풀어놓으면 이런 저런 근심에 쌓여 작은 박스 안에 움츠리고 있는 내 영혼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늘 신앙의 위대한 힘을 가르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가끔씩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린 것처럼 황망해지고 지금 내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들을 어떻게 감당해 나가야 할지 자신이 없어지고 의기소침해지곤 합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는 하늘에 나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토로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내 소망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저 하늘 빛을 쓰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의 모든 삶의 여정위에 늘 있었던 저 하늘이 오늘도 나에게 새로운 소망과 믿음의 말들로 기도를 열어줍니다. 어디서나 나를 따르고 있는 여호와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의 표상처럼 푸르게 펼쳐져 있는 하늘을 보니 안도로 숨이 깊어지고 탁트인 해방감을 느낍니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전 세계적인 불황의 소식 앞에서 이제는 없는 자들 뿐 아니라 가진 자들 마저도 근심의 염기가 버석거리는 듯 얼굴이 까칠하고 내일에 대한 불안으로 말끝이 흐느적 거립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일에 속한 일일 뿐, 지금 당장 오늘 우리는 너무나 아름다운 천국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지금 우리가 사소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을 얻기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병들지 않고 건강한 육체가, 내 발로 걸을 수 있음이, 나의 분명한 의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오늘 먹을 수 있고 편안하게 깃들일 수 있는 곳이 있음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음이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입니다. 이 세상에는 굶주리고, 편안하게 눕지 못하고, 맘대로 다닐 자유가 없고, 마실 물이 없고, 비가 와도 피할 곳이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 병들어 죽어면서도 약을 쓰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지금 나의 삶은 그대로 천국일 것입니다.

상황보다도 절망에 빠른 우리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늘 절망을 예언하는 풍설에 귀를 기울이고 실제로 닥치지도 않을 재앙의 파도를 쉴 새 없이 맞으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마음의 화면에 근심 거리를 올려놓고 괜한 생각에 기력을 빼앗기며 걱정과 염려 속에 소중한 세월을 다 흘려버립니다. 영의 눈이 열려 악의 실체들을 볼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근심이라는 바늘을 꽂고 생의 에너지를 흡혈하는 마귀의 모습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상황보다도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고되고 무거웠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근심하고 염려했던 것을 글로 쓴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일 것입니다. 하루 밤에도 근심이라는 재료로 거대한 성을 지었다 허물었다 하면서, 두려운 생각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고 주저하는 생각 때문에 돌아왔고 안일하고 미련한 생각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고 납덩이처럼 짓누르는 근심으로 인해 실제로 몸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근심은 정말 어릴 때부터 고질적으로 나를 괴롭혀왔습니다. 막상 닥치면 매 한대나 핀잔 몇마디로 끝날 사소한 잘못에도 몇 일을 죽을 만큼 고민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근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우리가 깃들일 수 있는 아버지의 지혜와 방법이 너무나 많음을 말씀하십니다. 하갈이 죽음의 절망으로 울부짖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녀의 눈을 띄워 주셔서 이미 그곳에 있었던 샘물을 보게 해 주셨신 것처럼 신앙은 우리 곁에 있는 여호와 이레의 은혜에 눈 뜨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인 절망 속에 이미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샘물, 사방으로 우겨씸을 당하여도 하나님께서 열어두신 피할 길은 분명히 있습니다.

은혜의 창을 통해 보면 내 인생 톤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삽화 같습니다. 심하게 요동치는 세상 속에서 이리 저리 흔들리며 살아왔지만 이전의 아프고 힘들고 부끄러웠던 시간들까지도 다 나를 성숙시키고 온전함을 이루어가는 소중하고 고마운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선하고 아름답게 지휘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좋고 나쁜 것, 잘하고 못하고의 구분의 선을 넘어서, 없었으면 좋았을 일들도,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도,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들도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심포니 속에서 모두 소중한 역할이며 깊고 풍성하게 인생의 음악을 완성시키는 은혜의 악장입니다.
이제 내 인생 오직 그분의 선하신 뜻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 내 인생의 주관자 이시기에 나 오늘도 푸른 초장, 맑은 시내물가에 눕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파랗고 투명한 하늘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던 노을이 검붉은 색으로 짙어지고, 운치있는 겨울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점점 검은 그림자로 변해가는 나무와 집들의 신비한 색의 변화를 오래도록 지켜보며 추억처럼 따스하게 스며드는 밤을 맞아들입니다. 천년이 하루 같다는 표현처럼 인생은 너무나 짧고 덧없지만,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는 천년의 가치로 주어진 것입니다. 또 하루의 천년을 근심으로 허물지 않고 기도로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나라와 그 거룩한 의를 이루며 살아야만 하겠습니다.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