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가나안' (안나가)성도 100만 명 시대




목회자와 성도들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교회 떠나

목회사회학연구소, ‘가나안 성도의 신앙 모습’ 설문조사 결과 발표

 
▲목회사회학연구소 주최로 25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열린‘갈 길 잃은 현대인의 영성’세미나에서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소속 없는 신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0년 이상 교회 출석자들로 교회 이탈 전ㆍ후에도 ‘구원의 확신’ 높아
세 명에 두 명 꼴로 출석 희망 … 건강하고 공동체성 강한 교회 원해
신앙은 있지만 제도화된 교회는 출석하지 않는 100만 명의 ‘가나안 성도’. 자유로운 신앙생활 추구와 목회자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교회를 떠났지만, 이들 중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다시 교회에 출석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 실천신대)가 지난 25일 명동청어람에서 ‘갈 길 잃은 현대인의 영성’을 주제로 현재 교회를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총 316명이 참여했으며, 지난 2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 간에 걸쳐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 교회 출석 기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 중 과거 교회출석시 서리집사 이상의 직분을 받은 사람도 85명으로 26.7%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교회 다닌 기간도 평균 14.2년으로 나왔다. ‘교회를 다닌 기간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21.9%가 ‘10~14년’, 21.3%가 ‘5~9년’로 비슷하게 나왔으며, 25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20.3%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교회를 출석했던 이들이 교회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왜 교회를 떠났을까?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가 30.3%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목회자에 대한 불만’(24.3%), ‘교인들에 대한 불만’(19.1%), ‘신앙에 대한 회의’(13.7%), ‘시간이 없어서’(6.8%)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 교회를 떠난 이유
이와 관련 교회 이탈 전 출석 교회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교회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응답한 42.4%를 제외하면 ‘교인들의 삶이 매우 신앙인답지 못했다’와 ‘교회에서 지나치게 헌금을 강조했다’가 각각 30.6%와 30.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담임목회자가 매우 독단적이었다’(26.5%), ‘교회 내부의 분란과 갈등이 심했다’(21.8%), ‘교회 내부의 파벌다툼이 심했다’(21.7%), ‘교회 건축시 어려움이 있었다’(16.2%) 등으로 답했다.

교회를 이탈한 시점은 30대가 20.0%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20대가 23.4%, 고등학교 이전 20.0%, 40대가 16.4%, 50대 이후 15.3%순으로 나왔다. ‘현재 교회를 떠난지 얼마나 됐는가’라는 질문에는 ‘5년 미만’이 27.3%로 가장 많았고, ‘5~10년’(25.3%), ‘10~15년 미만’(22.0%), ‘15~20년 미만’(18.5%), ‘20년 이상’(6.9%)으로 교회를 떠난 기간은 평균 9.3년으로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목회사회학연구소 부소장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직분이 있었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교회를 떠난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신앙을 잃지 않고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교회 이탈 전 구원의 확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분명히 있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48.1%로 ‘뚜렷하지 않다’(48.3%)와 거의 반반으로 나왔으며, ‘없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교회 이탈 전 교회활동에도 53.4%가 ‘어느 정도 참여했다’고 응답했으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응답도 36.9%로 나와 전반적으로 교회 이탈 전 교회활동에 긍정적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 이탈 전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까. ‘6개월 이상’이 32.1%로 가장 많았으며,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29.5%), ‘2~3개월’(17.5%), ‘4~5개월’(11.1%), ‘한 달 이내’(9.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교회 이탈자 대부분 상당기간 동안 고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수치다.
  
▲ 교회 이탈 전 구원의 확신 여부
교회 이탈 전 교회를 옮긴 경험을 묻는 질문에 ‘옮긴 적이 없다’는 응답이 45.7%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한번 옮겼다’(25.0%), ‘두세 번 옮겼다’(23.2%), ‘여러 교회를 옮겨 다녔다’(6.1%) 등으로 답했다. 본래 교회를 자주 옮겨 다니던 사람이 교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한 두 교회에 정착해서 다니던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원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응답자는 31.0%였으며,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는 응답도 36.2%가 나왔다.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2.9%였다. 교회를 떠나기 전에 구원의 확신이 있었던 응답자들의 절반(45.7%) 가까이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절반 이상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거나 구원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응답한 98명을 대상으로 구원의 확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82.1%(전체 응답자의 25.3%)가 ‘확신이 있다’고 답했으며, 17.9%는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정재영 교수는 “교회를 떠나기 전 구원의 확신이 있었던 사람들 중 90.5%가 지금도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고, 뚜렷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도 61.3%는 현재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 현재 교회 출석에 대한 생각
그렇다면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 출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능한대로 빨리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응답자는 13.8%였으며,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응답도 53.3%로 나왔다. 전반적으로 세 명에 두 명 꼴로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의 교회 복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다시 교회에 나간다면 어떤 교회에 나가고 싶는가라는 질문에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가 16.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교회’(15.6%), ‘건강한 교회’(11.1%), ‘부담을 주지 않는 교회’(9.4%), ‘편안한 교회’(8.8%), ‘신앙을 중시하는 교회’(8.4%), ‘봉사와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6.9%) 등의 순으로 나왔다.

정재영 교수는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발표한 ‘기독교인의 신앙생활 및 의식조사’ 결과에서는 10.5%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략 100만 명의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교회에는 출석하지만 한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성도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회를 떠난 성도들 가운데 교회의 제도화에 대한 반발이 많았다”며 “한국 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체성과 교회 본질을 회복하지 않으면 가나안 성도들이 기성 교회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설문조사 발표 후 발제자로 참여한 조성돈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에서 상처를 받거나, 교회 자체가 미워서, 또는 신앙에 대해 회의를 느껴서 교회를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부분은 성년이 되면서 교회라는 틀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틀에 박힌 신앙으로 살 수 없는데, 교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떠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을 부인하려고 해도 정서적으로 신앙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는 이들이 순례의 과정을 조금 덜 고통스럽게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순례의 끝에서 교회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도록 마음의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기획자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현재 한국 교회에 던져줄 수 있는 긍정적 기여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공동체를 말하면서도 사실상 ‘집단주의’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기획자는 “가나안 성도들은 제도 종교, 무의미한 예배, 권위적이기만 할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계질서, 위선적인 신앙생활 등에 대해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는 이들의 저항을 개혁과 변화를 위한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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