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
창가에 앉아 새로 이사한 동네의 밤 거리에 투명한 빗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를 올려다 보며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앞 집의 오래된 굴뚝에서 흩어지는 연기처럼 잡힐 듯 말듯, 어릴 때의 감상과 이름 모를 그리움이 마음에 스멀거립니다. 아버지
없이 각박하고 힘들기만 했던 시간이라 별로 들춰보지 않는 기억들 속에서도 푸근한 그리움을 피워 올리는 세월에게 인자한 성품을 느낍니다. 눅눅하고
짙은 어둠에 잠긴 집들의 창에서 티브이 불빛이 번쩍이고 있습니다. 실내를 어둡게 해놓고 티브이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외롭고 우울한 현대인들의 초상을 느낍니다. 음산할 정도로 어두운, 살아가는 의미마저 휑하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비오는 겨울을 잊기 위함이겠지만
너무나 소중한 생의 시간이 화면 앞에서 스러지는 것이 무척 아깝습니다.
티브이의 역사와 함께 사람들은 존재감, 자신의 가치, 인격과 인격이 부딪혀 얻을 수 있는 순박함과 지혜와 사랑과
분별을 잃어버리고 더 자존심 세고 상처받기 쉬운 닫힌 인간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비본질의 성탑은 자꾸만 높아만 가서 심하게 훼손된 본질 속에
살아가는 부조리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권력이 권력으로만 커져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을 압제하고, 교육이 교육으로만
문턱이 높아져 어렵고 난해한 책의 분량이 도서관을 가득 채울만큼 쌓이고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원기가 팔팔한 젊은 날 동안 자기의 경험을
죽이고 오직 책만 끼고 있어야 하며, 모노폴리의 경제는 한쪽으로 재물을 쌓는 쪽으로만 발전해 갑니다.
많은 정보들과 미디어의 높은 볼륨 속에서 사람들은 이 복잡한 미로 같은 많은 길들 속에 어느 길을 택해 가야 할
것인지, 이렇게 많은 형상들 속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 것인지, 많고 많은 색들 중에 나는 어떤 색으로 피어 있어야 할지, 다양한 소리들
중에 어떤 소리를 내야 할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합니다. 대낮에도 담을 더듬듯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에 대한 전문가들까지 생겼지만,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봐도 본질을 꿰뚫는 통쾌한 지혜보다는 오히려 여기서도 조금, 저기서도 조금 하는 일관성 없는 이론으로 아리송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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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부하고 있는 고린도 후서의 말씀에는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자지 못하고 매를 맞고 후욕을 당하고
환난과 궁핍과 곤난과 갇힘 속에 있으면서도 영광을 느끼고, 자신이 악한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을 아름다운 이름으로 여기고, 속이는 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참됨의 자부심을 느끼며, 아무 것도 없는 가난뱅이 같은 삶을 살면서도 모든 것을 가진 자로서의 부요를 누리는 행복 속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인간의 본질, 인간의 본질은 믿음에 속해있는 증거일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영원에 속해 있어 찰나적인 기쁨이나
쾌락이나 표피에 대한 자랑으로 절대 채울 수 없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예배입니다.
나무가 땅에 심겨져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물고기가 물에 있어야 살 수 있듯, 인간은 하나님을 예배함 속에 있어야 가장 인간다운 향기와 존귀로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인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중심의 삶 안에 있도록 지어졌습니다.
교회 안의 어떤 사람들은 귀에 듣기 좋고 끝없이 이생의 복을 추구하는 자아를 만족시켜 주는 좋은 말씀을 찾아
헤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십자가를 통과한 새 생명을 얻지 못해 여전히 육적인 것들에 흔들리며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감정과 상한 마음에 시달리며
일주일을 버티다가 교회에서 겨우 마취제 같은 말씀을 듣고 위안을 얻는 것이 신앙인 줄 착각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들의 귀에 거슬렸습니다.
이 세상에서 폼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정 반대의 길을 제시하시며 신앙 안의 위선을 지적하시는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 정치 지도자들의 미움을
받았고 대중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명상과 자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신을 거부하는 정신이 깊어지고 있는 뉴에이지의 때에, 자아를 십자가에 못박으라
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복음 만이, 인간을 참 인간되게 하는 본질의 메시지 만이 오직 교회 안에 살아있기를 기도합니다.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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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일요일
필객의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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