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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미국에 잠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세미나 강사를 모시고 씨애틀에 다녀오다가 밸링햄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차에서 내려 나오는 데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낡은 필통 같아 보여 그냥
지나치려다 혹시 하는 마음에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놀랍게도 신분증과 신용카드 그리고 현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분증의 주인은 백인
여성이었는데, 아마 비가 많이 와서 급하게 움직이다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지를 다른 목사님들에게 물어보니 식당 주인에게 맡겨놓으면 아마도 찾으러 오지 않겠냐고 대답을 합니다.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지갑을 맡기고 돌아서는데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식당 주인을 어떻게 믿지? 저 사람이 중간에서 가로채면
어떻게 하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이런 의심 가운데 혹시 하나님께서 저 지갑에 든 돈을 오늘 저녁식사 비용으로 예비해 주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저녁은 제가 사기로 했었고, 식사비용이 지갑에 있던 현금액수와 얼추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제가 만약 그 지갑 속의 현금이 하나님이 미리 예비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돈으로 밥을 사 먹었다면 잘 한 일이었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성도님들은 잘못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가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런 식으로
오해 할 수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일반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과 맞을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인격적인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날 저희 교회 앞으로 미국에서 두툼한 카드가 왔습니다. 워싱톤 주에 사시는 어떤 분이 보낸 카드였습니다.
저는 혹시 하나님께서 어제 한 일에 칭찬으로 뭔가 보답을 주시는 것이 아닐까라는 어리석은 기대를 가지고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또박 또박 써놓은 카드 한 장과 설교시디 그리고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베리칩(Verichip)에 관한
홍보물 뿐이었습니다.
어쨌든 시디 내용을 들어보니 미국 LA에서 사역하는 어떤 목사님이 베리칩은 짐승의 표(666)이고, 이 칩을
받으면 멸망을 받는다는 참 열정적인 설교였습니다. 그런데, 좀 내용이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사실(fact) 보다는 추측(fiction)이
많았습니다. 특별히 첫 부분에서 캐나다 정부가 화폐를 다 폐지하고 오직 베리칩 만으로만 거래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는 주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베리칩에 관한 논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저는 사실 베리칩이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짐승의 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요한계시록 13장의 내용은 다니엘서 7장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둘 다
묵시(예언서)문학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묵시록의 특징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기에 해석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을 보면 두
시대가 모두 하나님의 백성들이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환난을 당하는 시기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온전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핍박과 맞서야만 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 가운데 사도 요한과 다니엘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향해 믿음의 인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온전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동일한 믿음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베리칩을 받으면 구원 받지
못하고 안받으면 구원 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구원을 너무 유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말의 시대에 깨어 있어야 하고,
세대를 분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음모론적 시
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직접적으로 베리칩을 짐승의 표, 즉 666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몇 몇 분들이 베리칩 일 것
이라고 해석을 하는 겁니다. 해석은 잘해야 합니다. 경험상 과거에도 잘못된 해석으로 피해를 준 적이 많았지 않습니까? 해석을 잘못하면 마치 제가
지갑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주지 않고 내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여겨서 밥값으로 쓰는 행동과 비슷합니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한마디로 참된
하나님의 뜻을 곡해할 여지가 너무 많다는 말씀입니다. 만약 베리칩만으로 구원을 판가름할 수 있다면, 오히려 구원받기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안받으면 되니까요! 베리칩만 가지고 구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인 구원을 매우 값싸게(베리 칲하게-very
cheap)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세규 목사 / 밴쿠버오늘교회 / 778-887-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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