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4인 4색 밴쿠버 목양일기






글을 쓴다는 것은 발가벗겨지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지성과 인성 그리고 영성의 수준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에 4인 4색에 동참하는 것을 매우 주저했지만 밴쿠버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교민들에게 “작은 글 한편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밴쿠버에서 지난 13년간 사역을 하면서 많은 한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 모두 다양한 타향살이 눈물어린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고 나면 저도 답답해서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제 자신에게서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아브라함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에서 아브라함은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기인 75세에 일평생 다져놓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결단하게 만들었을까? 아브라함은 인생에 있어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나이까지 자식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자식 없음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매우 가슴 저리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어주겠다는 알지도 못하는 신의 약속을 믿고 떠났던 것입니다. 그러나 얻고자 했던 자식은 오래 동안 얻지를 못하고 대신 아주 특별한 신앙 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아브라함 증후군입니다. 원하는 것은 늦어지고 대신 신앙 훈련은 깊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아브라함의 신앙은 이런 식의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서 중요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밴쿠버에서 살아가는 많은 크리스천들에게서 아브라함의 모습을 봅니다. 학위와 부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그리고 각종 삶의 이유들을 비전으로 보고 달려 왔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주시기보다는 각자 아주 특별한 신앙 훈련을 시키십니다. 사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자손은 그의 고향인 갈대아 우르에서도 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앙 훈련을 위해서 아무도 의지 할 수 없는 곳,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그를 초청하신 것입니다. 그 초청장의 이름이 ‘큰 민족(많은 자손)’이란 이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도 하나님이 그와 같은 초청장을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 각자 다양한 초청장의 이름으로 밴쿠버에 오게 된 것은 아닐까요? 우리들은 그것을 비전으로 삼고 쫓아가고 있는데, 하나님은 그것으로 신앙 훈련을 시키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학위를 취득하고자 밴쿠버에 왔지만 오히려 혹독한 신앙 훈련을 받았습니다. 유학 생활 중, 좀 과장해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파트에 살았지만 한동안 와이프 얼굴 보기가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에도 일 년 넘게 예배드릴 장소를 얻지 못해서 눈물 짖던 날이 많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렌트에 대한 거부를 당했습니다. 대략 70-80번 정도 안 된다는 말을 들으니 그때부터는 그런 반응에 대해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오래 동안 공들였던 캐네디언 교회에서 렌트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 버나비 마운틴에 올라 멍하니 긴 시간 광역 밴쿠버 시내를 내려다보기만 했습니다. 어느 순간 눈물이 나오기 시작을 하는데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울다가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 저기에 저렇게 많은 땅과 건물이 있는데, 저를 위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군요.” 계속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때, 마음에 들려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의 방패야, 내가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야.”

이 말씀은 창세기 15:1절에 아브라함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앞으로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신앙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말씀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아브라함의 인생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길어지면서 그가 얻게 된 축복은 그의 삶에서 하나님의 존재 자체입니다.

저도 그때야 비로소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목회하는 목사에게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교회 건물이나 넉넉한 물질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역하다가 하나님과 멀어집니다. 대체적으로 시험은 좋은 일 하다가 생깁니다. 우리의 인생에 방패 되시고 지극히 큰 상급이신 하나님을 잊을 때 생기는 현상들입니다.

저는 여기 밴쿠버에서 아브라함 증후군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 이곳에서 하나님의 초청장을 받아들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 모두가 이 음성을 듣기를 소망합니다.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우리 인생의 상급으로 하나님보다 더한 것은 없습니다. 이민의 삶을 살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한들 하나님이 우리의 지극히 큰 상급이라면 아직 다 가진 것입니다.

[라일주 목사/로고스교회/778-898-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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