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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통일과 한민족의 부르심’이라는 주제로 7편의 글을 나눴는데요, 통일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여 북한의 90년대 중반을 전후로 변화 발전해온 ‘시장경제’를 통해 생긴 북한 사람들의 경제관을 중점적으로 나눠 왔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조금 나누기는 했습니다만 이번 호에서는 계급, 신분사회로서의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의 시스템’적인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북한 통치이념의 근간이 되어왔던 주체사상과 그 주체사상의 연장선에서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더욱 굳혀지게 된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구호아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으로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된 사회시스템을 추구해왔던, 아직 남아있는 북한 정치구조의 이론적인 면을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는 사회적 존재론에 기초한 인간중심주의, 둘째는 근로대중집단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계급주의, 셋째는 절대적 엘리트주의를 정리해 놓은 수령론이며 이 모든 사상을 관통하여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 시스템으로 귀결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낳게 됩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사회란 생명을 지닌 유기체와 같아서 구성원들이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장기와 세포처럼 각각 기능을 수행할 때 사회 전체가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발전하게 되며 개인도 생명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며 여기서 수령은 유기체적 사회의 뇌에 해당하므로 수령의 지시대로 움직일 때에만 사회는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침으로써 수령을 절대적 신의 존재로 간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주체사상을 근간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해오던 북한은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이다’라는 선포(91.5.15일 담화 중 김위원장 선포)를 하기에 이르게 되었지만 사실상 오늘날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를 잘 관찰해보면 인민대중이 마치 주인인 것처럼 표현되어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수령은 혁명의 최고뇌수이고 당은 혁명의 참모부이며 인민대중은 혁명의 주인이며 담당자이다.)에 잘 나와있듯이
인민대중은 결국 위에서 지시하는 모든 것에 복종해야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한 이념이고 이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1인 독재 통치하에 모든 시스템이
일사분란하게 위에서 아래로 움직여야만 하는 수직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론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이런 구조적인 시스템은
인민대중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가운데 ‘권력주의와 신분, 계급사회’를 양산하는 틀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계속>
[오 테레사 선교사 / ot20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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