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
낮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 맞는 새벽은 쓸쓸하고 적막합니다. 여행중인 지금 뿐 아니라 우리는 인생이란 여행에서
매일아침 낮선 시간에 표류하는 여행객이 아닌가 합니다. 심난하고 어지러운 꿈에서 깨어나 휘적휘적 잠의 물살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가면서 이생의
삶이 꿈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게 무게감이 없습니다. 꿈도 내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의 분량을 차지하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꿈에서도
예수님을 사랑하고 거룩함에 영광스러운 빛 아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잠들지만 뜻대로 안됩니다.
우리 부부가 25년을 함께 살아낸 세월을 감사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새롭게 헌신하는 기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낮선 땅에서 둘이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다니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주고 함께 먹으면서 부부로서 살아온
세월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길 이름도 생소한 땅에서 오직 서로를 의지하고 둘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을
하니 더욱 각별한 마음이 듭니다. 부스스한 여독이 서려있는 얼굴로 곁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이 사람은 내 인생의 드라마에서 상대 역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너무나 중요한 사람인데 늘 편하다는 이유로 잘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는 일은 정말 신비로운 일입니다. 이 비밀이 크도다 하신 말씀처럼 둘이 한 몸을 이루게
하시고, 함께 안에 두신 능력과 지혜와 힘과 평강은 세상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종류의 너무나 신성한 것이며 비용의 세계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가치를 순수하고 맑게 빛나게 합니다. 사람들이 지금도 밖에서 찾고 있는 인정과 사랑과 위로와 축복이 바로 이 안에 있습니다. 이
사랑 안에서 우리는 가장 예쁜 색을 내고, 가장 예쁜 생각을 하며,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발하며 재능과 힘과 사랑스러움이 극대화 됩니다.
우리에겐 둘만의 사이에서만 인정되는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던 날, 잠 자던 모습, 웃던 얼굴, 첫 이가 돋아나던 경이로운 순간, 유치원을 들어가고 앞니가
빠지고 학예회에서 발표를 하던 모습, 내 키를 넘어가면서 목소리가 바뀌고 아이 티를 벗고 훌쩍 성숙해진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 추억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의 역사는 아름답게 거듭나고 내일을 향한 더 밝은 소망이 생깁니다. 함께라는 것이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것보다, 어떤 위대한 일을 행하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영화며 드라마며 책에서 열심히 이혼을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는 덕분에 이혼이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답처럼 되고
있는 지금, 이혼의 영이 강하게 역사하고 있어 주변에 부부 간의 불화의 소식이 가득합니다. 사실 부부로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깝기에 더 상처를 주고 편하기에 더 함부로 대하면서 서로 골이 깊어가지만 자기 손을 깨물며 아프다고 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부부관계에 대한 바른
지식이 없어 사람들이 너무 고통을 당합니다. 부부는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복주신 최초의 관계이며 인간은 결혼을 통해 완전해지는 존재입니다.
결혼이라는 축복을 벗어나면 아름다운 잔디가 바로 잡초밭이 되듯 가족 모두가 바로 황폐해집니다. 서로 물고 싸우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 하신
말씀은 부부안에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말씀입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하나님의 불쌍히 여기심이 있었습니다. 자칫 패배할 뻔했던 체스판의
말을 아름다운 자리로 옮겨주심으로 우리의 결혼을 사단의 손에서 지켜주신 은혜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휠체어를 밀며 함께 여행하는 노 부부처럼, 앞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25년의 삶을
허락하신다면,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탐스러움의 요구나 허영이나 긴장이 없는, 상대를 향한 오직 순수한 존중과 사랑으로, 진리이신 예수님과 함께,
세상이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랑으로 진짜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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