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8일 금요일

4인4색 밴쿠버목양일기

 

 

첫 번째 표적



예수님께서 성령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신 후 제자들을 받아들이십니다. 이 때 행하신 첫 번째 표적이 있는데 다름아닌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표적입니다.
이 표적은 굉장히 특별한 것입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이적과 표적이 나옵니다. 바다를 가르기도 하고 물위를 걷기도 하고 풍랑이 잔잔해지기도 하고 타는 불이 하늘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불 속에서도 해를 당하지 않고 무사하게 나오고 아픈 자가 치유되고 눈 먼 자가 보게 되고 걷지 못하는 자가 걷게 되고 심지어 죽은 자가 살아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기적과 표적들이 있는데 아마 이 중에 가장 시시해 보이는 것을 고르라면 바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표적이 꼽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는 이렇게 시시해 보이는 표적을 첫 번째 표적으로 고르셨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성경에서 특별한 일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에게 수태고지를 들은 후 하나님께 찬송 드린 일 말고는 예수님께서 잡히실 때도, 고난 당하실 때도, 심지어 목숨을 잃는 순간에도,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때에도 어떤 특별한 역할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장면이 성경에 나오는데, 바로 이 장면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때 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예수님께 알리는 사람도 마리아요, 예수님께서 일단 거절 하셨음에도 하인들에게 순종할 것을 명한 것도 마리아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믿음을 보여주는 순간인데, 그런 것 치고는 중요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기껏 잔치에 쓸 포도주를 위해서라니요……

보통 생각으로는 그냥 어디선가 구해오거나 빌려오거나 정 없으면 그만 잔치를 끝낸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포도주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미 적당히 다 마셨는데 말입니다. 포도주가 없다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이 낫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또 결혼한 부부가 잘못되는 것도 아닌데 왜 예수님께서는 능력을 행하시는 첫 표적으로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것을 선택하셨을까요? 오직 한 번 나오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적극성도 여기에서만 보이고 말입니다.

물이 무엇이고 포도주가 무엇인지를 보면 조금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성경에 보면 이 때 쓰인 물은 유대인의 정결의식에 쓰이는 항아리에 채운 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일상생활 속에서 부정해진 사람이 이 물을 이용해서 정결하게 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율법에 규정된 것으로 당시의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했던 일입니다.

유대인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자신이 부정한 일을 하였거나 부정한 것과 접촉하였거나 정결해질 필요가 있을 때 정결의식을 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정결의식에 사용할 물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셔 버렸습니다. 혼인잔치를 위해서는 좋은 일인데 이제 정결의식은 어떻게 하지요? 자신이 부정해졌다고 느낀 사람이 율법에 의해 정결해지려고 씻으려는데 필요한 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덩그러니 포도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포도주로 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서는 율법에 규정된 대로 복잡한 의식이 필요했었습니다. 사실 그런 유대인의 정결의식을 행한다고 해서 우리의 죄가 온전하게 다 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첫 표적으로 우리를 정결하게 만드는 물을, 우리의 죄를 씻어내는 물을, 율법을 상징하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버리신 것입니다.

포도주가 상징하는 것은 혼인잔치의 기쁨과 축복이기도 하고, 우리를 위해 흘려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에게 “아직 내 때가 이르지 아니하였다”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첫 번째 표적을 통해 더 이상 우리의 노력으로 죄를 씻어 율법을 지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으로 행하신 축복과 은혜로 우리의 죄가 씻겨지고,
우리가 정결하게 되고,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 주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기쁨의 혼인잔치에서 부부가 하나되어 가족이 되는 것과 같이, 하나님께 나아가 그 자녀 되는 귀한 축복이 임하기를, 또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첫 표적을 보고, 듣고, 믿는, 모든 분들께 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용균 목사 / 밴쿠버한마음교회 / 778-554-9003]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