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필객의 붓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 떼의 새들이 겨울 아침 공기의 저항에 따라 열을 바꾸며 날아가고 있습니다. 과학도 기하학도 모르는 새들이 바람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도록 대열을 이루어 서로의 힘을 도우며, 길고 힘든 여행에 지치지 않도록 선두를 바꾸어가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본능과 예지에 감탄합니다. 학창시절 그렇게 이해가 어렵던 과학이나 기하학도 결국 자연의 존재 원리나 생명의 이치를 해석하면서 발달한 학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학문이 제 아무리 놀랍도록 발전하여 날마다 신기술로 거듭나고 있다고 해도 지으신 모든 만물에 투영된 하나님의 영원한 능력과 신성 앞에서는 실로 초등학문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우주의 법칙은 얼마나 광대하면서도 섬세한지, 거세게 이는 바람의 입김에 불려 빠르게 밀려와 바위에 부딪혀 와장창 박살이 나는 물결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한계를 알고 순종합니다. 저 물결이 만약 제 기분 내키는대로 한없이 밀려 들어온다면 인간들은 날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을 것입니다.

마야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났다며 종말에 대한 흉흉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던 2012년 한해가 테러와 지진과 태풍과 각종 인재의 피로 얼룩진 채 저물어 가는 이 때 한국은 대통령 선거로 또 한번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간의 권력은 저 새들처럼 서로 평화롭고 아름답게 자리를 이양하며 서로 힘을 북돋아 국제 정세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국력을 키우며 함께 가지 못하고 왜 그렇게 여러 파로 나뉘어 격렬하게 싸우고 다투고 미워하는지, 이렇게 심각하게 분열된 국론으로 다가오는 2013년의 국제 정치 경제 기후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며 대처해 나갈지 정말 기도가 됩니다.
어떤 공동체든 사랑과 협력을 통해서만 세워질 수 있음을 저 새들에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바라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이 인류에게 선하게 나타나시도록, 그리고 온 세계의 복음화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흩어져 있는 주님의 종들에게 영성을 더하셔서 교회가 다른 지식을 버리고 온전히 하나님의 복음으로 돌아가도록 교회들이 힘을 합하여 한 목소리로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홍보하는 광고 메일에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설문조사에 응해 여행에 대한 평을 남겨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무척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여행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고 나서도 어떤 사람은 혹평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좋았다고 평하는 점입니다. 여행의 내용과 질을 결정하는 것은 여행지의 환경이나 조건보다는 그 여행을 받아들이는 각 사람의 마음 가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범사에 감사를 쌓은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도 감사로 반응하고 평소에 불만을 쌓은 사람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속에서 끓고 있는 불만이 넘쳐 흐르기 마련입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악한 자는 그 쌓은 악에서 악을 내나니 사람의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한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자기 방식대로 하나님을 논하고 해석하며 하나님의 처사가 자신의 판단에 못미치는 양 깊이 좌절하고 있던 욥에게, 인간은 당신이 지으신 우주의 비밀과 그 광대한 오묘를 깨달아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작고 나약하고 소심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벌레만도 못한 인생이 하나님의 영화로운 광채를 입고 이 땅에서 선한 기회들을 누리며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묘하고 영광스럽게 다가옵니니다. 오직 죄밖에 질 줄 모르는, 죄 보따리 같던 인생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거룩한 은혜를 입어, 가는 곳이 변했고, 말과 생각이 변했고 취향과 걸치는 옷이 변했고 신분이 변한 사실이 너무도 감사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권세로서 누리는 매일의 사치와 복락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잊었어도 하나님은 절대 내 기도를 잊지 않으시고 모두 응답하신 것을 보며 놀라곤 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셔서 어리석음으로 구한 것을 지혜로 응답하시고, 하나 밖에 볼 줄 모르는 무지로 구했지만 두루 온전하고 성숙하게 하시고, 성마르게 보채는 기도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역사하시고, 내가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능히 넘치도록 채우시며,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나를 따르시는 하나님의 발자국이 너무나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하나님의 사랑을 다 기록할 수 없다고 노래한, 작사가의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 벅차 오르는 심정을 저는 알 것 같습니다. 끝도 없이 넘실대는 바닷물이 펜촉에서 사라지고 작은 글씨로 저토록 광대한 하늘을 다 채우려면 영원의 세월에도 절대 끝나지 않을 일이라 해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그보다 크고 오묘하며 영원하다는 고백이 얼마나 아름답고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나의 남은 삶은 늙어가는 우울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가는 기대와 기쁨이고, 영원으로 떠나는 행복한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입니다.

이생의 여행을 마치고 생에 대한 나의 평가는 내가 걸어온 시간과 소중한 관계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의미로서 오직 행복했노라고, 그분의 이름 때문에 내 인생 너무나 영화롭고 따스했노라는 뜻으로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도 이 찬송을 부를 것입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한 없는 하나님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z”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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