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필객의 붓




거룩함에 영광스러우며



새벽 빛이 움트기 전, 짙은 어둠에 잠긴 도시를 울리는 기차의 기적 소리가 인생이 너무 짧고 덧없다는 탄식처럼 쓸쓸하게 마음에 울립니다. 인생은 결국 혼자서 가는 여행이라고, 눈물겹도록 외롭고 허무한 여정이라 울부짖는 듯, 심난한 여운을 남기고 떠난 기적소리에 허물어지기 시작한 잠을 털고 일어나, 곁에 잠든 남편의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 덮어 꼭꼭 여며줍니다. 자랑도 인기도 찬란한 이력도 어두운 허공에 차가운 망령처럼 떠있는 이 시간, 이런 작은 사랑의 동작이 내 마음에 온기를 지펴줍니다. 빛과 소리와 인파 속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또렷한 소리로 방안을 울리고 있는 시계의 초침소리가 본향을 향한 소망이 있는 우리에겐 생의 수명이 떠나가는 아쉬움이 아니라 영원을 향해 다가가는 설레임 임을 주지 시키며 헐거워진 생의 믿음을 하나하나 단추 채웁니다.

생계를 위해 성 매매를 하는 박카스 할머니들에 대한 기사 속의, 내 어머니의 뒷모습과 닮은 짤닥막한 노파의 사진 때문에 내내 마음이 저리고 아픕니다. 생에 대한 경륜이 짧고 눈 앞의 것 밖엔 생각할 줄 모르는 젊은 때는 미련하여 방탕하다가도, 늙어가면서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회한하며 삶을 맑게 정리하게 되는 순리마저 어지럽혀졌음이, 돈으로, 탐욕으로, 화려한 색으로, 선정적인 리듬으로 혼미한 가운데, 인간 정신이 망해가는 세대에 지혜를 주어야 할, 이생의 면류관 같은 존재들이 사회의 무관심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생계와 병든 육체를 치료할 약 값을 벌기 위해 들개처럼 떠돌고 있음에 마음에 애통이 일어납니다.
심판 날에 이 성보다 소돔과 고모라가 견디기 쉬울 것이라 하신 예수님의 탄식이 한국 땅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고대의 신전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쇼핑몰을 걸을 때마다 실로 이곳이 매몬의 신전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의 동상처럼 눈매가 관능적인 모델들의 화보아래서 사람들은 돈을 갈망하며 예배하고, 돈을 많이 벌길 소망하고, 물질을 우러러보며 돈의 가치를 절대화합니다. 돈을 경배하는 정신에 취해 매몬의 신전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만화의 그림처럼 달러의 표지가 씌운 듯 느껴집니다. 한국도 북미처럼, 전세가 월세로 넘어가고, 중산층이 사라지고, 은행 빚을 얻어 산 부동산의 이자를 갚느라 가계가 빈궁해지고, 높은 실업률과 어디나 불황이라는 흉흉한 소식에 눌린 사람들에게 재물은 점점 더 큰 위력을 과시하며 사람들의 정신과 삶을 억압하고, 성경의 표현처럼 돈을 사랑하는 정신이 사회 안의 일만 악의 뿌리가 되어 무섭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매몬의 금우상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음란문화가 성행하고 사람들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양심도 버리고 오래된 신의마저도 저버리며 인간 신체 안의 장기까지 내다 팝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생존 이상의 의미와 소명이 있습니다. 진실하고 바르고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야 할 존귀가 깃들어 있는 존재로서 잘 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의 존귀는 거룩함에서 나오며 거룩함이 인간을 영화롭게 합니다.
인간이 본래 거룩한 존재라는 뉴에이지의 정신은 철저히 사단의 거짓말입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의 죄에 물든 인간의 마음에는 반드시 그리스도의 피가 마음에 뿌려져 양심의 악을 깨닫고 회개하여 죄사함을 받아야만 거룩함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사를 위해 집을 보러 다니면서 잘 수리되어있고 잘 손질이 되어있는 집을 찾아 그만한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이치를 생각하면서 성령께서 거하시는 집인 나의 영혼을 얼마나 아름답고 존귀하게 가꿔야만 하는가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이 생에서 사람이 추구할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은 거룩함을 회복하는 것이며, 하나님께서도 죄를 회개하고 거룩함을 입은 사람들을 인정하십니다.
따라서 말 한마디 생각 한 줄기가 성령께서 기뻐하시며, 성령께서 거하시기에 합당한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채워야 합니다.

박카스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내 기도 노트에 스크랩하면서 오늘도 매몬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많은 노인들과 병약한 사람들, 가난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죄악에 빠져들어가지 않도록 돕기 위해, 이름도 빛도 없이 작은 희생을 바치고 있는 선한 사람들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물질과 권력과 교리의 싸움을 그치고 이 선한 사업에 앞장 설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인생도 이 일을 위해 드려져 쓰임 받을 수 있는 은혜를 구하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어 기도합니다.

광란의 밤이 남긴 도시의 쓰레기를 쓸어내시던 이른 새벽 청소부 아저씨들의 건강한 비질처럼, 오늘 드린 나의 간절한 기도가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심의 악취가 풍기는 세상의 모든 죄악과 몰염치를 싹싹 쓸어버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룩함에 이르는 회개를 담대히 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룩함은 감미롭고 즐겁고 황홀할 정도로 평화롭고 고요한 본질을 가진 것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것은 영혼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결 밝음 평화 그리고 환희를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영혼을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들이나 정원처럼 만들었다. 그것에는 유쾌함, 괴롭지 않은 모든 즐거움, 달콤한 고요함에서 얻는 즐거움, 그리고 부드럽게 생기를 더해주는 태양빛이 있다…” -조나단 에즈워드

[서수영 사모 / 밴쿠버크리스찬문인협회 부회장 / penofgod@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