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4인 4색 밴쿠버 목양일기

 
 
저는 서비스업(業)에 종사하는 목사입니다
밴쿠버에서 사역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어떤 집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공항 라이드를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찍이 이민목회는 섬기는 목회라고 배우고 들었던 바, 망설임 없이 한국을 방문하시는 집사님을 공항까지 라이드 해 드렸습니다. 이것도 나름 목회의 연장이라는 목사의 마음으로 기분 좋게 집사님을 내려드리려는 순간, 집사님이 제 손에 봉투를 건네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목사님! 공항라이드 하시는 분께 물었더니 보통 70불 정도 받는다고 하시네요. 70불 넣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 우울하던지요.
흔히들 이민목회는 섬김의 목회라고 말씀하십니다. 저 역시 목사로서 성도를 사랑으로 돌보고 섬기는 일은 당연하고, 아름다운 사역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목사로서 소위 ‘목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 서비스맨이 되기는 싫은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개척교회 목사로 개척교회(소형교회)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는 성도들과 밀접한 영적 관계 속에서 목양할 수 있고,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섬김과 헌신의 본을 실천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타까운 현실은 그런 환경이 개척교회 목회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목회를 해보니 성도들은 교회를 통해 여러가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원하는 것 같습니다. 각종 성경공부, 소그룹 모임을 통한 다양한 교제, 그리고 체계화된 교회학교 시스템까지 개척교회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서비스들입니다. 물론,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삶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수 있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숙고해야 할 부분은 우리 모두 교회를 통해 서비스를 받는 일에만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조금 많이 나가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저는 목사로서 성도들에게 친절한 목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퀵 서비스맨이 되어야만 한다는 심각한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인 자각입니다. 목사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목회를 해야 하는데, 자꾸 사람들(성도들)을 경외하게 되는 목회로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더 본질적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성도는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예배하는 성도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예배를 의미하는 영단어 중 하나가 서비스(service)라는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각종 서비스를 받고 누리는 곳이 아니라, 서비스를 행하고 드려야 하는 곳’이어야 맞지 않겠습니까? 목사나 성도 모두가 하나님께 서비스하는 예배자들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목사이기 이전에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하는 한 사람의 예배자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사의 직분을 감당하는 일에는 성도들이 모두 하나님께 온전한 서비스를 드릴 수 있도록 양육하며, 훈계하고 싶습니다. ‘교회는 서비스를 드리는 곳이지, 서비스를 받는 곳이 아닙니다.’ 때문에 저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목사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왕 서비스맨이 될 바엔 하나님 앞에 가장 최고의, 그리고 가장 최선의 것으로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 제게 두둑히 건네주실 팁(상급)을 기대하며 말입니다.
“여호와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그에게 돌릴지어다 제물을 들고 그 앞에 들어갈찌어다 아름답고 거룩한 것으로 여호와께 경배할지어다” (대상 16:29)
[문경돈 목사 / 나무십자가한인교회 / 778-772-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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