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싯적 증후군

이민사회에 와서 보니 ‘소싯적’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아마도 이민사회에서 본인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가 한국에서 만큼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늘 ‘소싯적’을 잊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늘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저는 이것을 ‘소싯적 증후군’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소싯적 증후군’은 과거지향적 사고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자녀교육 등을 위해 새로운 삶의 여정을 택하여 이민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우리말이 통하지 않고, 한국적 사고가 통하지 않는 낯선 이민사회에서 명확한 사회적 자리매김을 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의 나름대로 차지하고, 누리고 있었던 것들(직위, 급여, 문화 등)에 대한 향수가 그 정도를 넘어 본인의
현재를 정의하고, 스스로 자존적 만족을 누리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주어진 현실이 늘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이랬었는데...’라는
소싯적 증후군은 늘 우리의 비전과 사명이 차지하고 있어야 할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더우기 신앙의 사람들이라면, 어찌하다보니 우연히 캐나다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부르심의 소명’ 정도는 가지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저도 처음 이민교회에서 사역하기 시작할 때, ‘소싯적 증후군’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소위
대형교회에서 수 년을 사역했던 경험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성도들에게서 보여진 ‘내가 한국에서 어디 근무했을 때...’라는 과거지향적이고,
과시적인 언어 습관이 제게도 동일하게 있었다는 말입니다. 다른 목사님들 앞에서 저를 드러내고 싶을 때, 늘 제게도 ‘한국에서 사역할
때...’라는 말이 앞서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제 자신을 보니, ‘소싯적’에 제 발목을 스스로 묶고는 정작 중요한 현실의 비전과 사명에
소홀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빌 3:13-14)
[문경돈 목사 / 나무십자가한인교회 / 778-772-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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