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5일 목요일

필객의 붓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여름임에도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기와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인지 어슴푸레한 어둠 속으로 잠겨 드는 도시의 거리가 쓸쓸하고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선교 여행 준비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도시의 사람들이 깃들어 피로를 달래고 있는 희끄무레한 등불 속을 달리면서, 몇 시간 동안 목소리를 높여 기도하고 가르치던 것들이 와이퍼에 닦이는 빗물처럼 참 맹랑하고 부질없게 느껴지려고 합니다. 
두 주간의 짧은 여름의 행보가 뭔가 대단한 일처럼 너무 과장되고 부풀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자주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위해서 의미들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뭔가 하나님께도 대단한 것인 양 각색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됩니다. 
요즘 티브이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희끄무레한 유령들이 출몰할 것만 같은, 비 내리는 도시의 음산한 허무 속을 달리고 있는 중, 차 안에서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가 생명의 색깔과 위안의 음성으로, 그래도 내가 서 있어야 할 위치가 믿음이고 사랑임을 일깨워줍니다. 

요즘은 해골 패션이 유행입니다.
옷이며 액세서리, 컴퓨터용품이나 심지어 문신에 이르기까지 해골 그림이 유행입니다. 스컬 룩(skull look) 이라는 근사하고 감각적인 패션 용어에 굴복하여 사람들은 이미 깊이 해골을 받아들였습니다. 
성공의 보루에 선 인물들을 통해 총 천연의 이미지들과 지적인 언어와 감각적인 소리들로 보암직하고 탐스러움을 향한 갈망을 충동질 당하지만, 이것이다 하고 붙잡을 만한 것이나 무게를 두고 기댈 것이 없게 텅 비어있는 현실 속에 뼛속까지 메마른 현대인의 갈증을 조롱하는 것 같습니다.

신비 종교에 빠진 세계적인 배우가 자신의 자녀까지 그 종교에 넣으려 한다는 이유로 이혼 소송을 당했다는 기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헐리웃의 영화들을 도배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동성애나 양성애자 임을 과도하게 드러내고, 그들의 이혼도 결혼도 정치, 경제적인 이슈를 타고 하고, 공연 때마다 예수님을 모욕하는 귀신의 형상을 한 가수를 세계적인 대 스타로 부추기는 언론 플레이를 보면서, 이제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손에 넣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사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굴복하고 경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며, 세계 유명 연예인들이나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사단을 숭배하며 귀신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말, 그들이 만약 귀신의 지령에 불복하면 당장에 파산을 시키고 스캔달로 대대적인 망신을 준다는 말이 사실인 듯 느껴집니다. 줄에 묶여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놓인 부귀 영화를 눈으로만 만족하며, 자신이 누릴 수 없는 것을 자기 것이라 믿고 있다가 뇌물을 받아 감옥에 가고 파산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탐스러움의 잔인한 덫에 걸린 것처럼 가엽고 안쓰럽습니다. 

사람들은 목마릅니다.
미디어의 덕분에 인정 받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극대화 되어 있는 반면, 기계의 시스템에서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은 점점 줄어들고, 그나마 함께 있는 동안도 경쟁하고 비교하고 이생의 자랑으로 심하게 나뉘어 있는 현대의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사랑과 인정에 굶주려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구걸하며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가정은 와해되고, 은행이 재산을 빼앗아가고,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학교는 아이들의 꿈을 억압하고,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을 위하지 않고, 자녀들은 더 이상 부모님에게 복종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랑이란 음란과 남녀 상열, 탐욕과 죄악의 이름 위에 유혹의 느낌으로 어필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셔라” 
큰 구원의 날을 선포하는 명절 끝 날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항상 예수님의 음성은 조용하고 나직했을 거라 여겼었는데 이 말씀을 하실 때 예수님은 울부짖으셨다고(cry out) 합니다.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부산스럽지만 종교적인 형식에 매여 생명은 경험하지 못하고 하나님이신 그분을 몰라보는 눈먼 소경들, 생수 되신 분을 곁에 두고도 목마름에 허덕이는 영혼들을 보시며, 도저히 참지 못하시고 외치시는 예수님의 안타까운 사랑과 긍휼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지금 교회 안의 신자들 중에도 생수를 곁에 두고서도 목말라 허덕이고, 생명의 떡을 손에 들고서도 헛된 가치들을 구하며, 영생의 약속을 취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이생의 썩어질 것들을 구하며, 자신이 무엇을 믿는 줄도 모르는 채 그냥 교회만 왔다갔다하는 신자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질병, 사망, 궁핍이 아니라 미련한 생각과 반응이며 우리에게 가장 큰 재앙은 진리에 눈 멀고 귀먹음입니다.
우리의 배에서 성령의 생수의 강이 터지면 이 세상의 가치가 유혹할 수 없습니다. 
권력이 두렵지 않고, 가진 자들 부럽지 않고, 없어도 서럽거나 꿀리지 않고, 유명한 자들이 나보다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리가 주는 자유, 그 자유가 없는 권력과 부와 명예는 행복을 줄 수 없습니다.
부와 귀와 권세가 만물의 주재가 되신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고 모든 사람들을 크게 하심과 부하게 하심이 주의 손에 있습니다. 

침울에 잠겨있는 목마른 도시를 향해 외치시는 예수님의 음성이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날까지 내 가슴에도 사라지지 않는 외침으로 살아 역사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서수영 사모 / 밴쿠버크리스찬문인협회 부회장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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