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0일 목요일

정성헌 선교사 선교칼럼 (43)



양자가 되어 주오



선교지 교회를 개척하면서 찬송가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 초신자들을 위해 수도에 있는 알렉산드더 전도사를 초청했다. 음악엔 재주가 없는 나로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알렉산드더가 와서 2주일 동안 성도들에게 간단한 음악이론과 찬송가를 가르쳐 주었다. 그는 성도들 중엔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젊은이들도 있으니 피아노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그 당시 많은 러시아인들이 조국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피아노는 애물단지가 되어 미화 300불이면 동독제 명품을 살 수 있었다. 성도들에게 수소문하자 성도 한 분 사람이 친척집에서 피아노를 판다고 했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는데 좌우 대문에 윗 쪽엔 빛 바라낸 명패와 금색 별들이 붙어있었다. 나는 안내하는 성도에게 저 것들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노동영웅들이 사는 거리라고 설명해 주었다. 몇 집을 지나 멈춰 선 집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데 밖으로 난 창문들은 이상하리 만큼 푸르고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이 먼지 투성인 비포장길가에 유리창을 저렇게 관리할 정도라면 보통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칠 십세 정도 되신 분이 반가이 문을 열어 주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집안 구석 구석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거실로 안내된 나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고 피아노를 구입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손녀가 치던 피아노는 얼마 전에 이미 팔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할아버지가 이것 저것을 묻다가 성씨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정가라고 했다. 그 분은 다시 본이 어디냐고 물었다. 동래 정가라고 하자 본인은 진양 정씨인데 원래 동래와 진양은 형제간이라며 부부는 친척이 왔다면 반가워 했다. 카라칼팍스탄 고려인들 중에는 전씨가 많은데 정씨가 드물다며 내 나이를 물었다. 내 나이가 자신의 막내 아들 나이와 같다는 것이다. 온화하고 친절하신 할머니는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고 계셨다. 한참 정감있는 이야기가 오가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나를 자신의 양자로 삼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왜 그런 마음이 드셨는지 물었다. 내가 자신의 죽은 막내아들과 닮았다는 것이다. 사 남매 두었는데 막내 아들은 결혼한 지 삼 년 만에 딸 하나를 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내가 죽은 아들과 닮았으니 양아들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나는 두 분에 대한 아는 바가 없고, 두 분도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아버지와 아들이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내심 이 분들에게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곳으로 왔는지를 설명하며 전도할 생각을 했다. 내게 들려준 두 분의 이야기는 어릴 적에 원동에서 강제 이주되어 카라칼팍스탄에 정착하면서 남달리 근면하고 성실하게 논 농사를 지었고 자신이 이끄는 브리가다가 쏘련 전체의 수확량에 1위를 기록하면서 노동영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공산 이념 처럼 나누어 가지며 혼자만 배불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우리를 안내했던 성도는 어르신이 공화국 전체 고려인을 대표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되길 원하시면 아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 줄을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내가 믿는 창조 하나님과 구주 예수님을 소개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죽으심과 부활을 증거하기 위해 온 목사요 선교사라고 소개를 했다. 놀랍게도 노인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수십 년 동안 논에 씨를 뿌리고, 벼가 자라고 익는 것을 보면서 햇빛과 우로를 내리시는 하나님이 아니면 어떻게 식물들이 자라날 수 있는가라는 생각하며 하나님을 찾았다고 했다. 그래서 무신론자들이 신은 없다라는 소리를 할 때면 자신은 속으로 웃었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지금까지 자신에게 하나님에 대해 말해 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죽으심을 들을 때 두 분은 감격하여 울고 있었다. 나는 믿은 자의 받은 성령에 대해서도 증거했다. 그 때 두 분은 온 몸에 진동이 와서 떨면서 겨우 울음과 격정을 참고 있었다.
그 날 두 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고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부모와 아들 사이가 되었다. 내겐 ‘정 니꼴라이, 류보브’라는 새로운 부모님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날 이후 두 분은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여 예배에 빠지는 법이 없었다. 모든 고려인 성도들은 그 분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리고 교회에서도 믿음과 행실로 겸손의 본을 보이셨다. 이 분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께로 돌아왔다.
세월이 지나고 심방을 가서 양어머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두 분이 나이가 들어 교회로 새벽기도를 다닐 수 없어서 새벽 다섯 시에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지 오래 되었다고 했다. 새벽마다 찬송을 하고 성경을 석장 씩을 교독하고 각자 방에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자신에겐 매일 매일 기적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원래 눈에 문제가 있어 글자는 읽을 수가 없는데 성경만 펼치면 너무도 또렷하게 글자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기도할 때면 자신의 눈에 흰구름 같은 것이 방안에 내려 앉아 있는데 눈을 감아도, 떠도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구름을 처음으로 보던 날 구름의 일부가 자신의 코 속으로 들어가면서 향기가 진동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사십 년 가까이 심한 축농증으로 냄새를 못 맡았는데 그 후로부터 아침 공기의 신선함과 함께 흙 냄새가 느껴지면서 냄새를 다시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그 빛나는 흰구름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SEED Canada 대표 / 778-316-3579]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