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필객의 붓




그 어디나 하늘 나라



가을비에 세상이 푹 적셔지고 있습니다. 장대처럼 시원하게 내리 꽂히는 가을 비로 인해 낙엽이 아름답게 헝클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은 혼돈조차 멋지고 기품이 있습니다. UBC에 말씀을 전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서,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 놓인 집과 거리와 바다를 맘껏 누렸습니다.
몇 년씩 걸러, 몇 번 와 본 거리지만 올 때마다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 곳곳에서 그 때의 추억들이 반갑게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반가움으로 젖어 드는 눈가에 겅중겅중 가고 있는 세월의 길고 야윈 다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너무나 아름다운 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천국의 주인을 늘 마음에 모시고 사는 기쁨은 매사에 너무나 큰 능력이고 행복입니다. 천국은 죽음 이후에 가는 곳 인줄 알았었는데 지금 이 땅에서 나를 두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형적들이 제 아무리 화려하고 인기와 명예와 권력이 대단한 것 같아도, 나의 천국 앞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눈 요기 마술처럼 품에 안고 누릴 수 없는 허상임이 너무 잘 보입니다. 오늘의 나에 이르기 까지 너무나 큰 사랑이 함께 하셨습니다. 젊은 객기로 미련하게 설레고 다투며 살아가는 중에도 완전한 은혜로 구비된 하늘 나라가 함께 움직여 주어, 고되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나를 기도하게 했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나를 둥글게 가다듬어 주었습니다.

욕망에 눈 멀어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는 내려가는 것이 높아지는 길이고, 섬기는 것이 다스리는 것이며, 고난을 받는 것이 영광을 향해 나가는 길이고, 겸손해지는 것이 존귀해지는 것이며, 나를 거부하는 것이 나를 수용하는 것이고 세상의 지혜에 미련해지는 것이 진정한 지혜를 얻는 길이라는 가르침에 ‘뭐가 그래?’ 하는 반발심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내 뜻과 기분에 합당한대로 살아 보았지만 욕심 낼 때 짜증과 불만은 더 커지고, 사랑 받고 싶어할 때 더 상처 받고 형편없이 외로워졌으며, 높아지고 싶어 자랑을 떠벌릴 때 부끄러움으로 처박혔고, 내 잔을 먼저 채우려 재빠르게 움직일 때 밀침을 당했고, 사람들에게 매달릴 때 사람을 잃었고. 인정받고 싶어 안달할 때 외면당하고 버림 당한 기분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겠습니다.
하나라도 더 갖고자 움키고, 작은 손해도 보지 않기 위해 안달을 하며, 작은 억울함도 못 참는 세상에서, 겉 옷을 달라는 자에게 속 옷까지 벗어주며, 오리를 가달라고 염치없이 보채는 사람에게 십 리를 동행해주고, 오른 뺨을 치는 자에게 왼 뺨도 돌려대며 내면에 울분이나 억울함을 쌓지 않는 것이 참된 이김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사랑은 욕심 낼 때가 아니라 포기할 때 얻어지는 것이며, 상대를 존중히 여겨줄 때 나도 함께 존귀해지고, 상대의 잔을 행복으로 채워줄 때 나의 잔이 먼저 채워지며 나를 부인할 때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나의 참모습이 드러나는 신비를 경험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알아갈수록, 그 속에서 살아갈수록 너무나 엄청난 축복입니다. 그 이름으로 인해 고생을 하고 굶주리고 환난을 만나고 억울함을 당한다고 해도 우리가 이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영예와 축복이 바로 이 신분입니다.

전 세계에 비축된 곡식 창고가 비어가고 있어 앞으로 식량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신문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미국 쌀에서 발암 물질인 비소가 검출되었고 불산 유출 사고로 인해 구미의 곡물들과 짐승과 가축들도 버려지고 있다고 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성경의 표현이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의 걱정이 이젠 더 이상 가난한 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절망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믿음으로 무장해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는 공중의 새보다 들의 백합보다 더 귀한 존재들이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귀히 여기는 존재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신문의 영향을 받으며 절망하고 낙담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 아래 있음을 담대히 믿고 선포해야 합니다. 이 때 우리의 노래는 세상처럼 허무와 우울과 무기력이 아니라 믿음이고 도전이고 사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위기는 신앙 안에서 큰 기회입니다. 바람을 탓하고 바람을 피하려고 애를 쓸 일이 아니라 바람이 가져다 준 변화를 믿음과 지혜로 슬기롭게 대처해서 아름다운 변화를 일구어 내며, 염치와 정절로 자신을 단장하여 삶에 그리스도인 다운 향기를 더하고 안으로 깊이 무르익도록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너희의 타작은 포도 딸 때까지 미치며 너희의 포도 따는 것은 파종할 때까지 미치리니 너희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너희의 땅에 안전하게 거주하리라 (레26;5)” 는 말씀은 실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나를 흔드십니다. 위대한 꿈을 꾸라고, 이 마지막 때에 구원을 위한 역동적인 기도를 시작 하라시는 것 같습니다. 지구본을 어루만지며 온 세상 사람들, 흩어져 있는 주의 몸 된 교회들과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사역 자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내 영혼에 맑고 평온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나의 앞으로의 세월에도 천국이 따를 것이기에, 아름다운 여행을 예약해 놓은 사람처럼 늘 천국을 그려보고 엿보고 미리 그 속에서 노닙니다. 아버지가 계신 완전한 행복의 처소를 향해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나의 모든 순간이 즐거운 기대와 소망, 큰 안식의 시간입니다.

[서수영 사모 / 밴쿠버크리스찬문인협회 부회장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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