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원수를 사랑하라!

새벽기도시간에 만난 하나님, 그 짧은 시간에 내 인생을 이미 디자인하시고 방콕에 오기까지 치밀한 계획 가운데
인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으면서 나의 생명을 창조하시고 또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실 아버지가 계시다는 사실 앞에 저는 감격하고 또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뚜렷하고도 정확한 한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행을 결심한 저에게는 분명한 세 가지 목적이 있었고 그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원수를 복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확하게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실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그 음성을 듣고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를 괴롭게 하고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향한 보복과 복수는 당연한 것이고 정당하다고 변론할 만도 했을
텐데 놀랍게도 저는 그 음성을 들음과 동시에 눈앞에 보여지는 환상을 보면서 바로 주님께 이런 고백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눈앞에 보여졌던 그림은 십자가에 달리셔서 피를 흘리시는 주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주님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말씀은 ‘내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요 3:16)라는 이 땅의 모든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하나님의 사랑이셨습니다. 하여 저는
“아, 주님! 나를 괴롭히고 못되게 굴었던 그 사람들(한족+조선족)이 주님을 몰라서 그랬군요. 그들이 주님을 알았더라면 그런 나쁜 마음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 텐데요.”라고 고백하면서 그냥 그 사람들이 용서가 되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주님이 시켜서 되었던 것이 아니라
말씀과 함께 십자가의 복음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성령이 도우셨기에 그냥 되어진 것이었죠. 주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성령은 제 스스로 깨닫게
하셨고 십자가의 참 복음에 대하여 동의하게 하셨던 것이죠. 이러한 첫 만남의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저의 신앙고백을 하게 하신 것이 결코 그냥
되어진 것이 아님을 저는 훗날 사역하면서 더 깊이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성경의 인물들을 관찰하다보면 하나님께서 각 사람들을 만나주시는 방법과 모양이 다 다른 것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그 첫 만남의 부르심이 그 사람의 destiny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주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위와 같은 고백을 하게 하신 이유는 바로
제 인생 전체를 이끌어가실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는 핵심이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 이 문제는 특별히 한민족 안에 시행되어야 할, 영적인 묶임들을 풀어낼 수 있는 귀한 키 같은
것이었습니다. 억지로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 나아가 간절히 간구하며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경지까지 가게 해달라고 기도해야만 하고 그렇게 될
때 우리는 화해자로, 화해의 직분을 감당하는 민족으로 서게 될 것이고 종국적으로 열방이 주님 안에서 화해의 열매를 맺도록 이끄는 귀한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들 사이에 막힌 담을 육체로 헐어내시려고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방문은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속>
[오 테레사 선교사 / ot20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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