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2일 금요일

필객의 붓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 아니요



벌써? 하는 느낌으로 주말을 맞으며, 만만한 속도로 돌아가는 회전문에서 방심하다 뒤꿈치를 받친 것 처럼 등줄기가 서늘해집니다. 몇 일의 시간이 어느 포문에 갇혀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것 같은 갑작스러운 속도감에 허둥거리며, 속이 빈 콩깍지처럼 헐겁게 지나가버린 일주일의 낱알이 몇 개 빠졌던 것은 아닌가 되짚어 셈을 해봅니다. 매 번 이렇게 시간에 놀라면서 인생의 세월을 날아가는 화살이나 눈 깜짝할 사이같은 순간에 비유한 것이 절대 지나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급류처럼 사라져버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이제껏 시간이 나를 중심으로 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시간 위를 표류하며 겨우겨우 여기까지 흘러 온 것처럼 느껴지고, 내일이란 시간도 오늘 내가 선 자리로 흘러와 채워진다기보다 나와 오늘의 상황이 내일의 자리로 흘러 떠내려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단 한번의 어김이나 단 일초의 오차도 없이 꼬박꼬박 채워지는 매일의 시간들이 앞으로도 한정없이 주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부주의하게 흘러 보낼 일이 아니라 사는 날까지 매 순간을 소중하게 받들며 살아야 할 것이란 다짐을 또 하게 됩니다.

얼마전 소천하신 이민아 목사님의 간증을 들으면서 이 세상의 어느 것도 우리가 바라는 행복을 줄 수 없음을 또 확인했습니다. 학자로서 저명 인사인 아빠, 유복한 집안, 뛰어난 학벌과 변호사로서 화려한 경력, 수려한 외모 등, 이 세상이 바라고 원하는 최고의 형용사를 다 갖춘 그녀도 결국 작은 사랑에 목말라했고,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불행하고 우울하고 힘들었노라 고백합니다.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유학을 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그녀는 어릴적부터 배우고 성취하고 달성하고 이루기 위해 밤 새워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며 치열하게 살았겠지만, 그녀가 고백하는 가장 가치 있었던 삶은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하는 것이었다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녀가 얻었던 것들을 얻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이 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런 치열한 홀로서기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임을, 그녀의 간증을 통해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도 여전히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며 쫓아가는 좋은 학벌과 성공한 커리어, 아름다운 비전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 어느 것 하나 지참하지 못하고 그녀는 떠났습니다.

하나님 없이는 인간은 불행하고 불안합니다. 하나님이 필요 없을만큼 풍요롭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놀라운 편리를 누리며 예전의 왕이 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외롭다고, 불행하다고 하는 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을 보면 풍요가 행복에 대한 답이 아니며, 편리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주는 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인간은 빵 이상의 것을 원합니다. 사람은 보이는 것, 느껴지는 것, 감각되는 것으로만 살 수 없습니다.

작년 연말 어느 호텔에서 어린이 고객을 위하여 빵과 과자와 사탕으로 만들어 놓은 집을 보았습니다. 어릴 때 과자와 사탕으로 만든 집에 대한 동화책을 읽을 때 그곳은 분명 이 세상에는 없는 꿈의 세계일 것이라 상상했더랬는데, 그날 나는 그곳을 진동하는 비릿한 계란 냄새와 사탕과 젤리의 단 냄새에 머리가 아프고 배부른 고통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곳을 드나 드는 아이들도 너무나 당연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게 빵과 과자를 뜯어 먹던 동화속의 아이들과는 달리 전혀 과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보리고개를 넘기기 위해 산과 들로 나물을 뜯으러 다니고 농사를 돕고 오직 배 곯지 않는 것이 생의 목적이었던 시대를 지나시며, 생의 가장 큰 가치가 먹는 것이었던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셨다면 뭐라 하셨을까, 당신의 세대의 가장 큰 염원이었던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을 수 있는 풍요속에 사는 자식들이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거대한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생에서 인간이 땀 흘릴 가장 고귀한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거대한 전쟁들을 앞두고 있는 여호수아에게 주야로 율법책을 묵상하며 그 입에서 율법이 떠나지 말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 입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떠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은 일말의 염려나 걱정의 멘트도 입에 올리지 말라는 것이며 주야로 율법을 묵상하라는 것은 단 한줄기 생각 속에서도 허망한 것을 용납지 말라는 것입니다. 만약 여호수아가 상황을 보거나 자신을 바라보았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었습니다. 광야에서 불평과 불만이 습관이 된 거대한 민족을 이끌고, 하필 추수할 때라 언덕을 넘치던 요단강을 뗏목 하나 없이 건너야 하고, 오만하고 거칠고 악에 받친 가나안 거민들이 살고 있는 난공불락의 거대한 성 여리고를 취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자신이 발을 딛고 선 처지나 상황을 봤다면 당장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을 것입니다.

경제 공황이 오고 전세계적인 식량난이나 전쟁에 대한 흉한 풍설이 나돌고 있고, 짐승의 표를 받지 않으면 식량을 살 수 없는 때가 곧 이를 것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고, 교계 안에도 에큐메니칼이나 베리칩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염려와 근심으로 뼈가 녹아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에도 사람들에게 필요
한 것은 빵을 보장하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 말씀이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마피아 정국처럼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분간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이 때,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하는 순결한 교회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서수영 사모 / penofgod@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