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2일 금요일

4인4색 밴쿠버목양일기









서로 돌아보라



주님의 은혜로 제가 교회를 개척한지 벌써 육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옮겨 다닌 곳 만해도 현재 장소까지 다섯 번째입니다. 밴쿠버에서의 어려운 목회 환경들 중에 한 가지는 온전하게 예배드릴 장소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교회 건물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느 백인 교회 관계자와 교회 렌트 문제를 두고 두 시간 가까이 길게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화 내용은 우리가 예배드릴 수 있도록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교회 건물을 대여해 달라는 것이지만, 그 교회 관계자는 그럴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울컥 하게 만든 말이 있었습니다.

“당신의 집에 한 가족만 사는 것처럼, 이 교회 건물에도 한 가족만 있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너무 큰 이질감과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서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 안에서 한 가족이지 않는가? 그런데 미래의 하늘나라에서만 한 가족이고, 현실에서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같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교회 관계자의 모든 말에는 당위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에서 형제, 자매를 향한 사랑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진지하게 지금 당신의 사랑이 어디에서 작용(Working)하고 있느냐?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분도 이 말에 좀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랜 시간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교회 관계자는 교회 렌트에 대해서 다른 관계자들과 상의를 해 보고, 안된다면 새로운 곳을 찾도록 꼭 기도해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안에서 한 형제, 자매가 되었는데 우리들 사이의 이 냉랭함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너무 서로 각자의 삶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제 자신에게도 물었습니다. 나의 사랑은 무엇이고, 그리고 그 사랑이 지금 나의 삶에서 어디에서 작용(Working)하고 있는가? 그동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빌립보서 2장 4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최근에 참석했던 설교 세미나에서 들었던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에스겔서 46장 9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그러나 모든 정한 절기에 이 땅 백성이 나 여호와 앞에 나아올 때에는 북문으로 들어와서 경배하는 자는 남문으로 나가고 남문으로 들어오는 자는 북문으로 나갈지라 들어온 문으로 도로 나가지 말고 그 몸이 앞으로 향한대로 나갈지며”

왜 하나님은 볼일이 있어서 북문으로 들어온 사람이 자기 일을 보고 북문으로 다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필히 남문으로 나갔다가 먼 길을 다시 돌아서 가도록 말씀하셨을까요?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비생산적인 명령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기에 깊은 하나님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일만 해결하고 바로 집으로 가지 말고, 반대쪽 문으로 가면서 여기 저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돌아보라는 뜻입니다. 형제, 자매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서로 돌보면서 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주님의 참다운 공동체의 본 모습이 아닐까요?

잠시 각자 열심히 살아가던 삶의 걸음을 멈추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이 섬기시는 공동체에서도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그들의 아픔은 무엇인가? 좀 느끼면서 그리고 도우면서 우리가 살아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나 하늘나라에서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 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라일주 목사 / 로고스교회 / 778-898-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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