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정성헌 선교사 선교칼럼 (38)


 

우리안에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하나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용서하는 것이다. 주님의 용서를 받은 자로서 용서와 화해, 화목하게 하는 복음을 들려 땅 끝으로 보내 주셨지만 부딪히는 현실 앞에서는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는 여전히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하나님이 예비하신 새로운 길로, 사는 길로 들어서려면 원망과 시비를 그치고 마음으로 용서하는 길 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엎드리지만 가슴에 내 힘으론 도저히 몰아 낼 수 없는 응어리가 앉아 있고, 머리엔 아무리 그치려 해도 제어되지 않는 악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곤고하고 처참한 심정으로 주님이 은혜를 주시지 않으면 저는 소망이 없는 존재입니다라고 절규했다. 이른 아침 주님이 다시 내 마음에 음성을 들려 주셨다. “용서하거라. 그가 너에게 괴로움만 준 것이 아니란다. 오늘의 네가 있기까지 나는 그를 통해 네게 많은 것을 가르쳤단다. 내가 너를 용서함 같이 너도 그를 용서하거라.” 다시 마음에 작정을 하고 용서와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몇 일이 지났다. 새벽기도 시간에 내 눈 앞에 한 교회의 예배당 안 전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강대상이 보이고 그 뒤엔 배너가 걸려 있었다. 거기엔 ‘정성헌, 김은숙 카라칼팍종족입양선교사 파송예배’라고 쓰여 있었다. 그 교회가 어느 교회인지 비춰진 것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곳이 수영로교회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부산 수영로교회라? 나는 그 때까지 그 교회를 가 본적이 없었다. 담임인 정필도목사님과는 컨퍼런스에서 얼굴을 뵌 적이 있지만 개인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분이었다. 너무도 분명히 보였기 때문에 나는 아내에게 이런 환상을 보았다고 말했다. 아내는 조심스레 듣기만 했다.

나는 이것이 주께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너무 강한 소원을 두고 기도하다가 지나쳐 헛것을 본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영로교회에서 파송한 한 여선교사님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수영로교회 파송요건을 물어보았다. 그 분의 대답은 너무도 실망스러운 것이다. 선교부의 규정에 의하면 본교회 교역자출신이라야 파송이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혼돈스러웠다.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파송교회에 대한 너무 강한 열망 때문에 헛것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나를 향하여 목사님이 환상을 보고 무슨 개꿈을 꾸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너희 안에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시나니……”(빌2:13)라고 했으니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 분께서 우리에게 소원을 일으키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즈음 아내의 하혈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UN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마친 의사는 자궁에 직경이 16센티 미터가 되는 근종이 있는데 이것이 터지면 쇼크사 할 수 도 있으니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왼쪽 나팔관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했다. 정말 설상가상이었다.
나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사역을 내려 놓고 한국으로 가서 아내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고, 파송교회를 찾아야 지속적인 사역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미 개교회 단독파송으로 관계가 단절되어 어려움을 겪은 터라 교단파송을 받기로 결정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선교사 훈련을 받고 파송교회를 찾아야 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출구로 빠져 나오는 내 심정은 조국의 품에 안긴 평안한 느낌보다는 또 다른 낯설고 막막하기만 선교지 같았다. 공항에서 처가로 향하던 차 안에서 지척에 있는 이전 파송교회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관계가 단절되었으니 파송교회라고 갈 수도 없고, 목회윤리라는 것 때문에 어느 성도 한 사람과도 만날 수가 없는 상황. 이런 기가 막히고 막막한 현실을 털어 놓고 나눌 이름 조차도 마음에 떠오르질 않았다.
“형제들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이 끊어지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은 줄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신을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1:8)”

처가에서 도착하여 도착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치자 전화벨이 울렸다. 장모님은 나를 찾는 전화라며 수화기를 건냈다.
“저는 수영로교회 선교목사입니다. 저희 교회가 어제 밤부터 카라칼팍족과 다른 10개의 종족을 입양하여 미전도종족선교대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족들과 관련된 선교사님들을 백방으로 찾았지만 연결이 되질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 타슈켄트에서 대회에 참석한 이○○ 선교사님이 카라칼팍종족 사역을 시작한 정 선교사님 가정이 오늘 한국에 도착하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긴 이야기는 전화로 드리기가 어려우니 죄송하지만 지금 바로 온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시길 부탁드립니다. 항공권은 저희가 준비하도록 하고 공항에 마중할 분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가슴이 뛰고 있었다. 짐을 풀지도 못한 채 다시 차에다 짐을 싣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SEED Canada 대표 / 778-316-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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