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 끊겼어!
선교사 모임이 있던 날 톰 다니엘 선교사가 한국선교사들에게 제자훈련에 대해 특강을 했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선교사들을 위해 6개월 동안 제자훈련을 진행한다는 광고를 했다. 현장에서 영적 갈증을 느끼던 나는 배움의 기회도 가질 겸,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신청을 했다. 9명으로 시작된 제자훈련 반은 사역에 바쁜 선교사들이 한 둘 씩 빠지더니 과제물이 쌓이자 중보포기자가 늘어 썰렁하리 만큼 자리가
비게되었다. 그러나 톰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마지막 남은 나와 다른 선교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자신의 경건생활을 나누어 주었다.
한 날 급하게 전달해야 내용이 있어 저녁 9시가 넘어 전화를 했다. 수화기로 들리는 톰의 목소리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그래서 한국말로 간략하게 요점만 설명하고 있는데 “정목사님, 제가 너무 피곤하니 가급적 9시 이후로는 전화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한다. 이 말에 나는 썰렁해져서 설명을 하다 말고 일단 “예! 알겠습니다” 라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서운하고 황당하기 조차
했다....
몇 일 뒤 제자 훈련모임에 갔는데 톰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목사님 죄송해요. 몇 일전 전화하셨을 때 제가 실례했습니다. 제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말을 했어요. 제가 하루에 영어와 한국어, 러시아어 그리고 고려말까지, 네 가지 말로 사역을 하다 보니 저녁 9시가 넘으면 제대로 되는 말이 하나도 없이 멍해질 때가 있어요.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몇 일 뒤 제자 훈련모임에 갔는데 톰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목사님 죄송해요. 몇 일전 전화하셨을 때 제가 실례했습니다. 제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말을 했어요. 제가 하루에 영어와 한국어, 러시아어 그리고 고려말까지, 네 가지 말로 사역을 하다 보니 저녁 9시가 넘으면 제대로 되는 말이 하나도 없이 멍해질 때가 있어요.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하긴 집에서는 영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언어학교에서는 기초영어 I am a boy를 가르치고, 한국선교사들과는
한국어, 나이가 드신 고려인과는 고려말(함경도억양의 방언과 러시아말이 섞인)을 하고, 설교나 양육이 있는 날이면 러시아말을 해야 하는 톰
선교사. 정말 헷갈릴 만도 했다.
“톰목사님, 저는 목사님처럼 여러 말을 다 자유롭게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부럽기만 하네요. 제게는 언제 그런
날이 올까요?”
“정목사님도 머지 않아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정목사님도 머지 않아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몇 일 뒤에 모임에서 선교사수련회가 키르키즈스탄에서 개최되어 내가 신청서를 배부하고 있었다. 참가신청서를
수거하는데 톰이 참가 여부를 묻는 난에 ‘안간다.’ 라고 써 놓은 것이다. 뉘앙스가 묘했다. 무슨 불만이나 관계의 불편이 있어서 안간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정이 있어 못간다는 말인지 궁금해진 나는 톰에게 무슨 사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피치 못할 미팅이 있어 못간다고 설명을 했다.
나는 “목사님, 안간다라고 이렇게 크게 쓰셨어요”라며 보여 주었다. 톰은 웃으면서 “제가 한국말을 17년째 하고 있는데도 이 모양입니다.”라고
겸연쩍어 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금요일, 나는 새벽부터 러시아말과 고려말에, 짧디 짧은 카라칼팍말에, 농아교인들과는 제대로
되지 않는 수화까지 하다가 심야기도회를 러시아 말로 인도 하고 있었다. 설교 중반 쯤을 지날 때 갑자기 눈 앞이 하얗게 되더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강대상만 붙잡고 서 있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도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의 초점이 풀린 채로 서
있는 내 모양이 심상치 않았든지 앞에 앉아 있던 러시아 전도사가 일어나 강대상으로 올라와서 내 귀에다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이런 상태를
러시아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한국식 표현으로 “필름 아트레질(필름이 끊어졌어)!”라고 했다. 그러자 나를 붙들고 내려와 의자에
앉히고는 자기가 설교를 마루리 짓고 기도회 인도를 했다.
그 후 톰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추방되어 다시 북인도로 사역지를 옮겨 힌디어를 하다가 은퇴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고향인 로키산맥 중턱에 기도집을 열어 열방을 위한 중보사역을 하고 있다.
[SEED Canada 대표 / 778-316-3579]
[SEED Canada 대표 / 778-316-3579]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