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2일 일요일

“진화론 100% 완전한 학설 아니다”

창조론·진화론, 과학 교과서로 충돌하나




교진추 “시조새와 말의 화석은 진화론의 증거로 부적합”진화학계 “교진추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 없고 왜곡됐다”
최근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가 교육과학기술부에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진화론의 일부 내용을 삭제ㆍ수정해달라는 청원서를 내면서 이른바 ‘과학 교과서 개정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논쟁은 교진추의 청원서에 대해 진화학계가 반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 ‘과학 교과서 개정 논쟁’지난해 12월 교진추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진화론의 내용 중 ‘시조새’와 관련된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게재됐다며 ‘개정 청원서’를 보냈다. 교진추는 이 청원서에서 “공룡이 조류로 진화한 중간 종 생물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시조새에 대한 기술은 학술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의 삭제ㆍ수정을 요구했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1984년 독일에서 열렸던 ‘국제시조새학술대회’에서는 시조새가 완전히 비행할 수 있었던 멸종된 조류라고 공식 선언했다 △최근 중국 고생물학자들이 시조새는 깃털 달린 공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프레드 호일을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시조새 화석이 위조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등을 제시했다.

이어 교진추는 지난 3월에도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며 관련 내용의 삭제ㆍ수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교진추는 이 청원서에서 “말이 몸집이 커지고 발가락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했다는 말의 화석계열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말의 점진 진화를 보여주는 중간 종 화석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완전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발가락 수나 신장 크기의 변화는 진화의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진추의 청원 내용은 과학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 7곳에 전달돼 일부 출판사들이 ‘시조새’(5곳), ‘말 화석’(3곳)과 관련된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 ‘사이언스’ 등 외신에까지 보도되면서 한국 고생물학회와 한국 진화학회 추진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학회는 지난달 20일 공식 반론문을 통해 “교진추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언급된 학계의 동향도 왜곡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고생물학자도 “교진추의 주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허구로 가득하다”며 “교진추의 진짜 의도는 진화론 삭제 문제를 이슈화해 궁극적으로는 창조론을 진화론과 같은 과학으로 교과서에 넣는 것이며, 문제를 크게 만들면 교진추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진추 이광원 회장은 “이번 청원은 창조론을 과학 교과서에 소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소개한 교과서를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반박하며 “종교적 시각이 아닌 학술적 시각에서 진화론의 문제점을 검토한다면 교과서는 수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와 진화:진화론 비판과 창조 모델로 살펴본 생물의 기원’의 저자 양승훈 교수(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는 “교진추의 주장은 학계의 동향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소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창조과학자들이 시조새 화석과 말의 가상적 진화계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 교수는 “다만 근거가 된 문헌들은 교진추에서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문헌을 인용하고 있고 학계의 소수 의견”이라며 “시조새와 말의 화석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를 근거로 진화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종교’와 ‘과학’의 전쟁?
문제는 교진추의 취지와 다르게 과학 교과서 개정 논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번 청원이 ‘창조론을 주장하는 종교단체에 의한 무모한 소행과 위협’으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교진추 학술위원 임번삼 교수(장신대)는 “이번 청원으로 인해 정통 과학이론이 큰 위협이라도 받는 듯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더 나아가 ‘창조-진화’ 또는 ‘종교-과학’의 논쟁구조로 몰아가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임 교수는 “교진추 구성원의 상당수가 크리스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원내용이 종교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의 청원은 학술적으로 잘못된 내용을 학술적 자료에 근거해 시정하려는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교과부에서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진화론 내용에서 ‘시조새’ 화석 등이 수정 또는 삭제된다는 것은 교과부의 의견이 아니라 교진추에서 제기한 두 차례의 민원에 대한 교과서 집필진의 의견”이라며 “이번 논란에 대해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서울시 교육감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교진추는 앞으로도 ‘화학진화론은 생명의 기원과 무관하다’ ‘생명계통 수는 허구이다’는 등의 청원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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