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4인 4색 밴쿠버 목양일기







10여년 전에 홍석천이라는 개그맨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이 일로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분 덕분에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동성애를 옹호하지도 않고, 동성애자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를 좀 커밍아웃 하려고 합니다. 목사로서의 커밍아웃입니다. 제가 크리스챤 신문에 글을 쓰기로 했다고 알리자, 아내는 제발 너무 솔직하게 쓰지 말라고 부탁을 합니다. 주변의 목사님들도 목사의 품격을 지켜서 쓰라고 충고를 합니다. 저에게 작은 욕심이 있다면 목사의 품격보다는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삶에서 부딪치는 일들에 대한 고민과 거기서 얻는 작은 깨달음이라도 솔직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일 뿐입니다.

2000년부터 밴쿠버 이민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목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가장으로서 의식주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목사의 품격만 가지고는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아닌 다른 필드에서 여러 직업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저를 부장님, 선생님 또는 그냥 일하는 아저씨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랑하고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과 경험이었습니다.

공항 라이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 중에 크리스챤이 많았습니다. 가끔 저에게 전도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어느 교회 다니세요?” 묻고는 자기 교회를 소개합니다. 대부분 큰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 더 적극적입니다. 교회에 대한 자긍심이 강해서 그런지 교회에 다닌다고 해도 노스 밴쿠버에 살면서 써리에 있는 교회에 다니는 분이 자기 교회에 나오라고 설득을 합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 번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하여튼 이런 상황들이 저에게 심적인 부담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목사인데 먼저 전도하고 새로 시작된 우리 교회를 알려야 하는데, 반대로 전도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니 속으로 답답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직업 특성상 한 번 만나고 다시 만나는 경우가 적어서 나름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반어적 표현입니다).

제가 좀 내성적입니다. 어릴 적 수업 시간에 방귀가 나오는 걸 너무 오래 참다가 속병이 난 적도 있습니다. 성품 탓인지 ‘크리스챤이다’ 라고 말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뒤돌아보면 모태신앙인 저는 크리스챤이란 사실을 공개하면 따라오는 시선과 제약이 싫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사도행전 11장을 보면 안디옥 교회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인(크리스챤)이라는 호칭을 듣게 됩니다. 안디옥 교회도 이민교회였습니다. 예루살렘으로부터 파송된 바나바와 바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그들은 신앙으로 살면서 삶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다르다’는 의미로 존경심을 담아 크리스챤이라 불리게 된 겁니다. 저에게 이번 글쓰기가 ‘달라지기 위한 의미 있는 커밍아웃’이 될 거라 믿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저희 4인의 목사들은 개척교회 혹은 지역 교회를 담임하면서 목회현장에서 경험하는 일들에 대해 진솔하게 자신들의 색깔로 표현하며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이번에 단단히 마음먹고 목사로서, 또 이민자의 고단한 삶 가운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어지러운 이 세상 속에서 온전한 크리스챤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 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 크리스챤 신문 발행인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세규 목사 / 밴쿠버오늘교회 / 778-887-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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