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말을 많이 하면 공허합니다.
아무리 조심하고 가려서 말을 해도 간교한 혀 밑에는 어떤 식으로든 내 자랑과 허영의 설탕이 묻어있습니다. 부주의하게 뱉어진 말들이 석연찮은 진동을 일으키며 빈 벽 같은 가슴을 헐어내고, 핵심을 잃고 불발된 말의 파편들이 뒤척일 때마다 침상 위에서 와작와작 부서집니다. 길고 깊은 새벽 잠에서 건져 올려진 맑은 양심이 어제 밤 선교 여행 준비 모임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말들을 저울에 달아 자격을 논하려 들면, 나 분명 함량미달이고 부족하기에 얼른 하나님의 은혜 아래로 피합니다.
청소년 아이들을 데리고 두 주간 아이티로 떠나는 단기 선교 여행을 계획하는 시작부터, 너무나 위험하고 불결한 곳으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부터 시작해서 예방 접종, 음식이나 기후와 물과 신변안전,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내가 져야 할 막중한 책임 등, 염려라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형체 없는 적과 씨름하려 치면 허공을 향해 허우적거리느라 몇 배로 힘을 더 소모할 것이기에, 이럴 때 내가 오직 할 수 있는 일,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구하며 납작 엎드립니다.
사실은 인생 자체가 참으로 위험한 여행으로,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짙은 어둠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약 한 달 전 동네에서 일어났던 총기 사고나 교통사고로 죽은 가족을 기리는 길가에 놓인 꽃들을 보면서나, 테러나 불의의 사고 등, 매일 우리 귀에 들려지는 뉴스들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덮쳐올지 모르는 죽음의 요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불안한 인생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만약 매사에 지금처럼 예민하게 염려의 촉수를 세운다면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불안과 공포에 질려 살아야만 할 터인데, 우리가 그 위협들에 무뎌지고 둔감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감사할 입니다. 일상에 돌보심의 은혜가 따르듯, 이 여행을 그 두터운 은혜에 맡깁니다.
이 여행에 소망하고 바라는 것은 아이티의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위로한다는 기대에 앞서,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탐스러움의 중병이 들어, 껍데기만 보고 신경 쓰면서 내면의 깊이나 진실을 볼 수 없게 눈멀고, 물질과 기계로 인해 바짝 메마른 우리 아이들의 영혼이 치료받는 것이 사실 더 큽니다. 부요함 속에 살면서도 만족을 모르는 아이들, 연예인들의 화보를 따라 화장하고 옷 입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강하게 부정하는 아이들, 게임이나 재미를 주는 기계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영혼을 흐트러뜨리는 음악과 타인의 취향과 음성들에 혼잡되어 자신이 진정 원하고 바라는 것 조차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아이티의 가난하고 순박하고 천진한 눈빛을 가진 어린 아이들과 성경 캠프도 하고 춤과 노래를 가르치면서, 사랑에 대한 교감을 잃고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고 메마른 아이들의 영혼이 인간적 감성과 웃음과 눈물이 회복되어 눈 먼 행복들에 눈뜨고,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날까지 세상은 우리에게 성공과 행복이 물질과 소리와 색깔적인 것들에 달린 것인 양 현혹할 테지만, 인간의 실존이 세상이 숭배하고 예찬하는 물질적 가치들이 아니라 진리를 향한 묵상과 진실한 기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진정 평안하고 형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위대한 믿음의 싸움을 했던 선진들의 심령이 온통 하나님의 말씀에 고정되어 있었기에 통쾌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엄청난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약 눈에 보이는 상황이나 사람들의 말을 묵상하고 따랐다면 거대한 믿음의 싸움들에서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갑 속에 아껴두었던 새 돈이 허물기가 무섭게 손 사이로 빠져 달아나는 것처럼, 벌써? 하며 시작했던 7월도 반이 싹둑 잘려 나갔습니다. 세월의 속도를 모르는 바도 아니건만 매번 새로 당하는 일처럼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란 숨가쁘게 달려서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의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이길 수 있는 속도인줄 알기에, 제멋대로 허공을 떠도는 생각을 사로잡아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 꿇립니다. 잠깐 무릎을 꿇는 시간에는 실로 엄청난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며 안달에 길들여진 감각으로는 모든 것이 멈춰있는 듯, 어리석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 시간 속에서 전능하신 분의 힘과 지혜와 능력을 힘입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높이는 자리에서, 그 찬란한 영광의 비췸 아래 각자의 영광을 흔들어 깨어야 합니다. 존귀는 바깥의 지위나 외모나 부귀와 영화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묵상과 기도를 통해 마음에 존귀한 생각이 깃들기 시작하면 그토록 갈망하며 밖으로 찾아 헤매던 인정과 사랑이 영혼의 뜰 안으로 날아와 둥지를 틉니다.
묵상과 기도는 조급한 시간의 열을 벗어나 영원에 속한 존재로서의 끝없는 평화와 기쁨을 맛보는 실로 대단한 아름다움입니다.
앞으로 남은 이 생의 시간들 속에서, 내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에 합당한 생각과 말로써 척박한 마음의 땅을 기경하고 싶습니다.
나의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되기를 원합니다.
[서수영 사모 / 밴쿠버크리스찬문인협회 부회장 / penof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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